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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전시회, 장 줄리앙의 <종이 세상>

프리한쑤 2024. 11. 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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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은 프랑스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티스트다. 유머러스하고 재밌는 일러스트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자유롭고 독창적인 그의 작품은 우리 주변의 일상과 사회적 이슈를 간결한 선과 색으로 보여준다.  

퍼블릭 가산에서 전시되고 있는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첫 선을 보였던 ‘페이퍼 피플’의 연장선에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시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페이퍼 팩토리, 페이퍼 정글, 페이퍼 시티다.

먼저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컨베이어 벨트에서 종이 인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람 모양으로 오려진 종이에 푸른색을 입히고 있는 종이 인간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사람으로 만들려면 꼼꼼하게 덧칠해야 해!’ 정해진 과정을 거쳐 똑같이 만들어지고 있는 종이 인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람 모양의 종이들은 줄줄이 빨래처럼 늘어져 건조된다. 얼굴 표정이 채 완성되지 않은, 파란색 사람 모양의 종이를 거대한 페이퍼 피플이 관리한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이다.      
사실, 종이 인간의 모습이 원래 모두 이렇게 똑같았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섹션 ‘페이퍼 정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귀여운 얼굴로 관람객을 맞이하는 거대한 뱀의 몸에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공룡 멸종부터~ 미래 우주 시대까지 뱀 몸통의 한쪽 벽면이 인간이 역사와 함께 한다면, 다른 쪽 벽면은 종이 인간의 역사다. 누군가가 그리고 버린 종이에서 종이 인간은 탄생한다. 


동그란 얼굴의 종이 인간은 얼굴이 네모인 동료를 찾아낸다. 그들은 곧, 그리고 오려 다양한 얼굴의 페이퍼 피플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 이 작업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된 모양이다. 동그란 얼굴의 종이 인간이 줄줄이 만들어지고,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어느 날 거울을 보던 네모 얼굴의 종이 인간은, 동그란 얼굴이 갖고 싶어 스스로를 가위로 오리고, 성형을 한다.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인 그는 거울 속 동그란 얼굴 보며 웃프게 미소 짓는다.

그려진 벽화를 따라 나름대로 그림을 해석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다. 
 자, 그렇게 스스로 동그란 얼굴이 되고자 했던, 네모 얼굴은 행복해졌을까?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는 바깥세상을 힐끔 거리고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종이 인간과는 다른, 붉은색의 몸을 하고서!